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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Pensive, 21기 양윤석

첫 번째 인터뷰, ‘Pensive’를 운영 중인 21기 양윤석 동문과 함께하겠습니다.
Q. 반갑습니다! Pensive 회사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Pensive는 미국 대학을 위한 AI 교육 플랫폼이고요. 쉽게 설명해서 대형 강의에서 사용되는 AI 채점 및 튜터링 플랫폼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Pensive가 가지는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학교에 다니다 보면 대형 강의가 많잖아요? 그런 강의들에서 과제를 내거나 시험을 치르면 반복적으로 채점해야 할 내용도 많고요. 이때 단순한 AI로 채점 과정을 자동화하려 들면 정확도가 떨어지는데, 저희는 내부적으로 개발한 Confidence Logic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어요. 유저가 리뷰하기 쉬운 UX를 만드는 데도 신경을 썼고요. 이런 요소들이 차별점으로 작용해서 Pensive에 채점을 맡겨주시는 교수님들이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기술적인 면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까요?
기술 자체보다는 사용자에 맞게 기술을 엮는 실력이 저희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도 파운데이션 모델들, OpenAI라든가 Claude라든가, 그런 모델들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 모델들을 충분한 고민 없이 썼을 때 발생하는 폴백(Fallback)이 매우 크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고 사슬(Chain-of-Thought)을 에이전틱하게 설계하고, 유저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고요.
예를 들어서, 정확도가 95%인 채점 툴은 사실 유저의 시간을 전혀 절약해 줄 수 없습니다. 95%는 100명의 시험지를 채점했을 때 5명의 학생에게 점수가 잘못 나간다는 것인데, 이런 정확도로는 결국 모든 시험지를 일일이 다시 확인해야 하죠.
반면 저희 프로그램으로 채점하면 모든 학생의 성적에 Confidence 수치가 같이 나갑니다. ‘이 학생의 채점 결과는 High Confidence로 정확도가 99% 이상이다, 다음 학생으로 넘어가셔도 된다. 그런데 이 학생은 Confidence 수치가 낮다, 화면에 보이는 것처럼 글씨가 흐리고 스캐닝이 잘못되어 있어 교수님께서 리뷰를 해주셔야 한다’와 같이 작동해요. 이런 유저 페이싱(User-facing) 기술로 채점의 정확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게 저희 기술력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UC 버클리, 컬럼비아 대학교와 같은 유수의 교육기관에 서비스를 제공 중이신데 그 고객 유치 과정이 궁금합니다.
먼저 지금의 Pensive는 100개가 넘는 대학교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만큼의 고객을 유치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첫 10개 학교를 모을 때는 정말 막무가내로 학교들을 찾아다녔어요. 첫 고객은 당연히 제가 재학 중이던 버클리였고요. 다음 학교로 고객을 확장하려니까 교수님들께서 연락도 잘 안 받으시고 세일즈라는 게 어렵더라고요. 홍보를 나갈 만한 컨퍼런스가 자주 열리던 것도 아니었고요.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우선은 직접 찾아가자는 생각을 했어요.
찾아가기 전에는 교수님들께 이메일을 보냈었죠. ‘내가 UCLA 캠퍼스를 어느 날에 간다, 데모를 직접 보고 싶으신 교수님이 계시다면 이날 딱 하루만 시간을 잡으실 수 있다’라고요. 대표가 직접 캠퍼스로 날아와서 하는 데모였고, 그때만 볼 수 있다는 희소성이 있어서인지 답변율이 상당히 높았어요. 미팅이 많이 잡히는 학교들은 당일치기로 날아갔다가 오고, 하루가 넘는 일정은 에어비앤비를 구해 학교 근처에서 자면서 세일즈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교수 사회는 무언가가 바이럴이 되기 어려운 집단이라고 생각하는데, 10개의 학교를 뚫은 다음부터는 교수님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퍼졌어요. 그리고 지금은 인바운드가 훨씬 많습니다.
Q: Pensive 창업 이전의 활동들은 어떤 계획으로 이루어졌었나요?
뭔가를 의도하고 활동해 왔던 것 같지는 않아요. 제 철학 중 하나가 ‘자신의 길을 아는 사람에게는 모든 사건이 운명적이다’거든요.
중학생 시절 처음 창업을 결심했을 때 아버지께서 강하게 반대하셨었어요. 아버지는 안정성을 중시하시는 한국의 전형적인 대기업 직장인이셨고, 제게 너는 창업가가 될 만큼 똑똑하지 않기 때문에 창업을 할 수 없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그때 저는 능력을 증명하려고 이런저런 일들을 벌였었는데, 한번은 ‘눔’이라는 B2C 헬스케어 기업의 대표님을 뵙겠다고 무작정 사무실로 찾아간 적이 있어요. 감사하게도 이날 방문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인턴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졌고, 몇 년 후 미국에서 대표님을 뵈었을 때는 ‘아 너 그때 그 중학생이구나!’라고 기억도 해주시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스스로 기회를 만드는 경험을 많이 해왔던 것 같아요.
다른 경험으로는 뤼이드라는 교육 AI 기업에서 일했던 적이 있어요. 입사할 때는 학부 1학년생이었는데, 희망했던 AI 리서치 업무에 참여하기가 어려웠죠. 당시 리드 AI 리서치팀은 최소 석사, 절반 이상이 박사 인력으로 구성된 팀이었거든요. 그래도 저기 낄 방법이 없을지 1년 정도 개발자로 일하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어요. 그러던 중 하루는 회사에서 캐글 대회가 열리더라고요? 이게 1등을 하면 상금 1억이 주어지는, 2020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캐글 대회였어요. ‘아, 기회다.’ 싶었고, 저는 뤼이드 직원이라는 신분을 숨기고 대회에 참가했어요. 그리고 이때 20명의 박사 인력이 만들어낸 벤치마크 모델보다 제 모델이 더 좋은 성능을 기록하는 결과를 냈어요. 이후 팀에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는데 회사에서 이걸 상당히 인상 깊게 봐주셨고, 결국 유일한 학부생 연구원으로 AI 리서치팀에 합류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때 경험한 연구들이 버클리로 돌아와서 창업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뭔가 계획을 세우고 활동한 건 아니었는데, 그때그때의 경험들이 경험 그 자체로든, 인적 네트워크로든 지금의 제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Q: 교육 분야 창업에 도전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창업가마다 성향이 다른데, 저는 스스로 굉장히 Mission-driven한 창업자라고 느껴요. 5년, 10년 일을 계속하려면 정말 오랫동안 풀고 싶은 문제를 붙들어야 하는 타입인 거죠.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창업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그것도 충분한 동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말했듯 저는 오래 풀 문제를 찾아야 했으니까 ‘내가 관심 있는 건 뭘까?’, ‘가장 잘 풀 수 있는 문제는 뭘까?’ 이런 질문들을 꾸준히 고민했어요.
AI가 매우 빠르게 발전하리라고 생각하는데, 그 속에서 인간의 존재 가치를 부각해 줄 수 있는 사업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교육 사업은 그게 가능한 분야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창업할 당시 뤼이드에서 도메인 전문성을 쌓았다는 자신감도 있었어요.
저는 사실 ‘교육’보다 ‘학습’이라는 말을 훨씬 좋아해요. Pensive도 Education Company가 아닌 Learning Company로 정의하고 있고요. 학습은 호기심이라든지 창의성이라든지, 인간이 지닌 고유한 무언가와 연결된 활동으로 느껴져요. 스스로 좋은 학습 환경에서 자랄 수 있는 행운을 가졌다고 생각하는데, 세상의 더 많은 사람이 이런 행운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좋은 학습 환경은 인재 양성으로 이어지니까 암 정복이나 기후변화 대응 같은 거대 문제 해결에도 간접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다고 보고요.
Pensive를 창업하기까지 8번의 피벗을 진행했어요. 스스로 피벗 헬을 겪고 있다고 느낄 만큼 방향성을 잡기가 어려웠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놓아준 아이템 중에서도 꽤 괜찮은 아이템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다만 Product-Market-Fit만큼 Founder-Market-Fit이 중요하다는 걸 몸소 깨달았고, 저라는 파운더에게는 교육이 맞다, 그래서 Pensive가 내게 맞는 회사다. 종국에는 이런 확신으로 창업에 임했던 것 같아요.
Q: 투자 유치 과정은 어떠셨나요?
미국에서 대부분의 자금을 모았고, 총 100억 원 정도의 투자금을 유치했는데요. 유치하는 과정은 상당히 힘들었어요. 교육이라는 분야가 사실 투자자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분야가 아니었거든요. 에듀테크 서비스를 한다고 하면 ‘그걸 왜 하느냐?’, ‘팀은 좋은데 아이템 바꾸면 투자해 주겠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고요, 거절만 수십 번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초기 팀을 믿어준 분들이 있었고, 끝에는 성공적으로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어요.
라운드를 돌면서 피칭이 끝날 때마다 무엇을 개선할지 점검했어요. VC의 투자 원칙과 우리 아이템이 맞지 않는 경우는 납득할 수 있었지만, 30분 동안 미팅을 하고도 VC가 서비스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었어요. 이런 경우는 소통이 문제였던 거니까 피칭 덱을 더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보자는 식으로 피드백했었죠. 그런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Q: Pensive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성장하는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어떤 목표를 이루는 과정이 필연적으로 학습을 거친다면 그 학습을 가장 잘 도와줄 수 있는 동반자가 되는 것이 Pensive의 비전이에요.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AI 서비스들이 각기 다른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ChatGPT는 무엇이든 물어보면 답을 알려준다는 이미지가 있고, Claude는 원하는 걸 만들어 달라고 하면 만들어준다는 이미지가 있는 것처럼요. 그런데 그런 모델들이 학습 혹은 튜터링을 잘할 수 있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첫 번째는 UX적인 한계가 있을 것 같아요. 학습이라는 건 채팅 인터페이스에서 끝낼 수 없는, 예컨대 연필로 필기하고, 문제를 풀고, 정답을 찾아보고, 대조하고, 다른 자료를 찾아보고, 개념을 바로잡고, 굉장히 여러 단계에 걸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GPT나 여타 채팅 기반의 LLM은 툴 자체가 이런 학습을 돕기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는 개개인의 서로 다른 학습법을 이야기할 것 같아요. 시각 자료로 내용을 그리면서 공부하는 분과 메모장에 빼곡히 개념을 정리하는 분의 학습 스타일이 다를 거고, 넘치는 과제로 시간 분배가 필요한 학생과 기업 면접을 앞둔 취준생에게 필요한 정보가 다를 거예요. 그래서 학습은 지식을 습득한다는 점에서는 보편성을 가지지만, 학습자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냐를 고려하면 개인마다 다른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GPT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에게 너무나도 한꺼번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그런 버티컬한 서비스 제공은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근본적으로 어떤 학습자의 장기적인 목표를 이해하고, 그 학습자의 과거 기록이나 현 상황을 고려해서 가장 개인화된 커리큘럼을 제공할 수 있는 튜터가 미래에는 무조건 존재하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은 대학을 위한 채점 서비스를 만들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AI 네이티브 학교를 만들어서 성장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더 높은 수준의 학습 경험을 보급하고 싶어요.
Q: AI 시대의 교육은 어떤 모습일까요?
학교가 많이 변할 것 같아요. 지식 학습은 AI와 함께 이루어지리라 생각하고, 그 효율성도 높아지리라 생각해요. 하루에 2시간, 3시간만 공부해도 30명이 있는 교실에 8시간 앉아있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가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요.
사회성 교육은 계속 학교가 담당하겠죠. 모여서 배워야 하는 것들? 친구들과 협동하는 법, 남들을 배려하는 법, 프로젝트를 이끄는 법 같은 것들은 계속 학교에서 배울 거고요. AI를 쓰지 않았을 때의 내 능력을 가늠하는 평가의 장이 될 수도 있을 거고, 한 명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량을 길러주는 학교의 역할은 쉽게 대체되지 않을 것 같아요.
‘AGI가 왔을 때 인간에게 필요한 능력이 뭘까?’, 내지는 ‘미래 세대 학생들은 어떤 부분들을 중요하게 익혀야 할까?’ 같은 고민도 많이 하게 되는데, 저는 요즘 불확실한 상황에서 좋은 결정을 내리는 능력이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예컨대 영어로 ‘Being right’랑 ‘Getting it right’의 차이 같은 거죠. 내가 어떤 걸 알고 있기에 그 알고 있는 지식으로 상황을 진단하는 능력을 ‘Being right’라고 한다면 ‘Getting it right’는 불확실함 속에 뛰어들어서 여러 경험을 하면서 궁극적으로 맞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그런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AI 시대에는 아무래도 후자의 능력이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하고요. 그래야 정말 불확실한 상황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예를 들어서 학과 선택이나 직업 선택 같은 결정을 내릴 때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지 않나, 최근에 생각했습니다.
Q: 2026년은 Pensive에게 어떤 한 해가 될까요?
재밌고, 정신없고, 많이 배우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요? 저희가 지금 제 아파트 거실에서 같이 일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보이는 벽이 이제 미팅룸이자 침실이고, 거실에 가면 현재 일요일 밤 10시인데 다섯 명의 팀원이 모두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열성적인 팀원들이라고 생각하고요.
우선은 더 많은 대학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것. 그래서 Pensive가 미국 채점 툴의 표준으로 자리 잡는 것을 그리고 있어요. 말씀드렸던 다른 서비스들을 신사업으로 론칭할 수도 있을 거고요.
개인적으로 이제야 팀이 좀 많이 커지는 느낌이라서 Pensive라는 팀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기대되고, 또 저 자신이 대표로서 많이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제가 창업을 하는 이유는 Pensive가 풀고 있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있지만, 영속하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도 굉장히 크거든요. 제 삶은 유한한데, 유한한 제 삶을 넘어 영속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그 조직이 좋은 문화를 지닌 채 영향력을 퍼뜨린다면 저에게 큰 의미로 다가올 것 같아요.
그래서 2026년은 Pensive의 확장을 도모하는 동시에 팀의 문화를 잘 정립할 수 있는, 그 과정에서 많이 배울 수 있는 한 해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